서문
프롤로그
지도 : 2,500년 전 당시의 붓다의 편력 지역

제1부  가우타마 싯다르타―보디삿트바가 어떻게 붓다가 되었는가?
제2부  전도의 길
제3부  붓다의 가르침
제4부  종교와 다르마
제5부  승가
제6부  붓다와 그의 동시대인들
제7부  마지막 여행
제8부  인간 가우타마 싯다르타

에필로그
역자 후기 

암베드카르(1891-1956)
인도 중부의 마디아프라데시 주의 모우에서 불가촉천민(하리잔)인 마하르 카스트에 속하는 한 집안의 14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불가촉천민이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포이(영국의 인도인 용병) 장교 출신인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봄베이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을 거쳐 런던에서 경제학과 법률학을 연구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도중에 귀국하여봄베이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으로 불가촉천민의 정치적, 사회적 조직화에 노력하는 등 사회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다. 1926년에는 봄베이 주의회 의원이 되었고, 인도 카스트 제도의 근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힌두교의 성전 ‘마누 법전’을 불태워버리기도 했다.

역자 이상근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우 그룹의 해외건설과 호텔 사업 부문에서 20여 년을 근무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부자>, <수학자, 증권 시장에 가다>, <마오>(공역), <대륙의 딸>(공역), <점성술로 되짚어보는 세계사> 등이 있다.

동아일보 2005/03/19
“윤회-업 신비적 접근 안돼”
 [허문명 기자]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 천민으로 태어나 법률가이자 불교사상가가 된 암베드카르(1891∼1956)가 붓다의 출가와 윤회, 업(業) 등 불교 교리에 대해 과학적이고 독특한 이론을 제시한 불교서적이 최근 번역되어 나왔다.
‘인도로 간 붓다-그의 삶과 가르침\'\'의 저자인 암베드카르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인도에선 간디의 생일과 함께 그의 생일이 국경일로 지정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인도 신분제도인 카스트 최하층에 속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출신으로 네루 내각에서 법무장관까지 지냈지만, 혁신적인 불교사상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내세가 아닌 현세를 중시하는 현실적 불교관을 갖고 있다. 그는 그동안 붓다의 생애나 불교의 교리 중에서 신비화된 부분을 걷어내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붓다가 강조했던 것은 생의 고통이나 허무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삶에 대한 충실과 전념이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또 윤회나 업 같은 환생의 원리에 대해서도 “신비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붓다는 본래 영혼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붓다의 생과 교리에 대한 통념을 거스르는 논지를 펴는 이 책은 결국 불교의 목적인 깨달음이 ‘저 세상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지침을 제공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진정한 불교는 구원의 종교가 아니라, 악의 근원인 무지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자비를 도구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균형상태인 ‘니르바나’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상지이긴 하나, 지금은 거의 사멸해버린 불교를 다시 인간의 근본적 평등과 보편적 해방의 길을 제시하는 종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도로 간 붓다’라는 책 제목이 나왔다. 

조선일보 2005/03/12
“인도 지식인이 본 붓다의 삶과 사상”
 [김한수 기자]
석가모니의 삶과 가르침을 정리한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 암베드카르(1891~1956)의 삶과 불교의 관계 자체가 흥미롭다. 암베드카르(1891~1956)는 인도의 최하층계급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출신으로 장관직에까지 오른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사람. 그는 또한 현대 인도에서 불교를 중흥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힌두교 내에서의 신분제도 개혁은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1935년 힌두교를 포기했으며 1956년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불가촉천민 수십만을 이끌고 불교로 개종했다. 그가 개종할 당시 인도 전역의 불교신자는 20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1956년 불교로 개종하면서 쓴 일반인들을 위한 불교입문서다. 붓다의 설법 내용을 팔리어로 정리한 ‘니카야’ 내용을 바탕으로 붓다의 삶과 사상을 일종의 평전(評傳)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책은 붓다의 탄생에서 출가, 깨달음까지는 간략히 소개한다. 대신 2부 ‘전도의 길’부터 ‘붓다의 가르침’ ‘종교와 다르마’ ‘승가’ ‘붓다와 그의 동시대인들’ 등 나머지 부분은 주제별로 붓다의 가르침을 구체적 사례와 설법내용으로 풀어간다. 그 가르침은 붓다의 삶과 사상이 2500년이 지난 화석(化石)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살고 있던 당시의 인도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마도 여성뿐 아니라 나병환자, 범죄자 그리고 자신 같은 하층민까지도 차별 없이 제자로 맞아들이는 붓다의 삶에 당대의 현실을 투영해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저자는 ‘가우타마의 인간성’이란 장에서 ‘대자대비’ ‘비탄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위로’ ‘평등정신’ 등을 인간 붓다의 장점으로 꼽으며 붓다가 실천한 깨달음의 길을 제시한다. 또 ‘가우타마가 좋아한 것과 싫어한 것들’이란 장에선 붓다가 ‘빈곤’과 ‘소유욕’을 싫어했으며 ‘아름다움’과 ‘지혜’를 사랑했음을 사례를 들어 밝힌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러이러하게 살라’고 강요하거나 끌고 가지는 않는다. 그저 붓다가 살아간 일생의 이모저모를 제시함으로써 바로 이 순간, 이곳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참다운 삶, 진정한 수행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한다. 

중앙일보 2005/05/14
“부처님 오신 날의 ‘망발’”
 [정운영 논설위원]
하버드 대학에서 ‘예수와 윤리적 삶’을 가르치는 하비 콕스는 구름 같이 몰려온 수강생 하나에게 왜 이 과목을 듣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인즉 “글쎄요. 데스카르티즈라는 작자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나 예수는…적어도 그 이름은 들어본 일이 있으니까요.” 콕스의 책 ‘예수 하버드에 오다’(문예출판사, 2004)의 한 장면인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데카르트(Descartes)를 미국식(?)으로 읽어버린 것이다.
불교를 대하는 나의 지식이 천생 이 모양이다. 이름은 들어보았다는 용기만으로 손에 잡은 책이 빔라오 암베드카르의 <인도로 간 붓다>였다. 저자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불가촉천민(untouchable)의 아들로서 평생을 카스트 철폐 투쟁에 헌신한 그는 계급 해방의 역사관이 미흡했던 간디와 네루와도 대립할 만큼 주장이 분명한 ‘언터처블’ 신념의 소유자였다. 결국 힌두교에서 불교로 개종한 뒤에 집필한 것이 이 책이다.
먼저 불교는 상당히 유물적이었다. 일례로 “신체를 학대하는 것이 종교일 수 있는가”(68쪽)라는 회의를 품고 붓다 자신이 6년 고행을 끝낸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가난은 축복이 아니며 “부자가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노동자는 힘든 일을 하는데, 주인이란 사람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그들이 제공한 노동의 과실을 차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이냐”(23~24쪽)는 반어적 전제가 따른다. 문제는 소유에 집착한 소유욕이 빚어내는 유해한 사태로서 “이것은 계급 투쟁을 정확하게 분석한 것”(175쪽)이라니…….
다음으로 지극히 논리적이었다. 한 바라문과의 카스트 제도 토론에서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신분을 귀족이나……농부로 결정하는 것은 마치 최초의 불쏘시개로 사용한 재료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불을 장작불, 나무쪼가리 불, 지푸라기 불, 쇠똥 불로 구별하여 부르는 것이나 같습니다”(217쪽). 그의 인과 관계 강조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가끔 파계의 걱정마저 감돈다. 예컨대 윤회를 앞세워 겁주는-장사하는-무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망고 씨앗에서 망고 나무가 자라고 망고 열매가 열린다면 이는 씨앗의 환생이다. 그러나 이 망고에 영혼이 어디 있으며, 이런 환생이 과연 윤회냐고 말이다.
끝으로 철저히 실천적이었다. 붓다는 인간사에서 고(苦)의 존재를 중시했다. 존재만 강조했다면 염세주의로 흘렀겠지만, 동시에 그는 ‘고의 제거’를 역설했다. 그것도 현세에! 흔히 죽음으로 이해되는 니르바나(涅槃)를 ‘정념으로부터의 자유’로 풀이하고, 신의 자리에 다르마(法)를 갖다놓았다. “인간의 비참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불공정에서 생겨난다. 정의만이 이런 불공정과 비참을 제거할 수 있다”(203쪽)는 설법은 사실상 ‘총 없는 해방 신학’ 아닌가. 불촉 천민(不觸賤民)의 가촉(可觸) 해방은 붓다가 처음 오신 2549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도를 넘어 인류가 풀어야 할 카르마(業)이다.
콕스는 예수를 하느님보다 스스로 진리를 찾도록 부추기는 랍비(律法學者)에 비겼다. 암베드카르 역시 싯다르타를 구원자 아닌 구도자 붓다(覺者)로 본다. 죄와 벌을 가리는 무서운 심판관 대신 그저’스도 형님, 모니 오빠’로 우리 곁에 임하는 것이다. 무식은 죄가 아니라지만 이런 나의 데스카르티즈 판(!) 독후감이 하필이면 ‘부처님 오신 날’ 부리는 망발이 아니길 빈다.

한겨레신문 2005/03/12
“‘윤회’ 끊고 평등세상을 보다”
 [고명섭 기자]
인도 곳곳에는 두 사람의 동상이 서 있다. 한 사람은 인도 독립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1891~1956)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암베드카르는 ‘인도 헌법의 아버지’, ‘불가촉 천민의 해방자’로 불리며 인도인들의 높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간디의 생일과 더불어 그의 생일이 국경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그는 간디와 함께 인도 독립을 위해 싸운 협력자이자 가장 강력한 정치적·종교적 맞수였다. 힌두교의 전통적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최하층계급인 ‘불가촉 천민’(언터처블·하리잔)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학과 법률학을 공부한 뒤 조국에 돌아와 인도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1946년 독립 후 초대 내각에서 법무장관과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이 돼 헌법을 만들었다.
암베드카르와 간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카스트 제도의 해체, 특히 불가촉 천민 해방 문제에 있었다. 암베드카르는 인도 인구의 15%에 이르는 불가촉 천민의 권리 회복에 운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불가촉 천민의 해방을 통해 인도를 평등사회로 만들려고 했다. 반면에 간디는 인도의 독립을 더욱 시급한 인도 민중의 과제로 여겼다. 그는 불가촉 천민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에 반대했지만, 자칫 카스트 제도의 해체가 힌두교도를 분열시켜 영국의 분할 통치를 조장할 것을 우려했다.
암베드카르의 또다른 이름은 ‘현대 인도불교의 중흥자’다. 그도 처음에는 힌두교 안에서 천민 해방을 기획하고 실현하려 했다. 그러나 힌두교의 틀 안에서는 카스트 제도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1935년 힌두교를 포기했다. 카스트의 원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힌두교의 성전 <마누법전>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인도에선 거의 사멸해버린 불교로 눈을 돌려 거기에서 인간의 근본적 평등과 보편적 해방의 길을 찾았다.
<인도로 간 붓다>는 그렇게 불교를 통해 해방 이념을 찾던 그가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을 현대의 관점에 맞게 친절하게 쓴 책이다.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팔리어 불전 속 초기 불교의 모습을 복원해 붓다의 구도 과정을 그리면서 그가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찬찬히 설명한다. 이 책 속에서 붓다는 힌두교의 토대가 되는 당시 브라만교 교리를 논리와 합리로써 격파하고 새 교리를 제창한다. 브라만교는 원리적으로 숙명론이다. 전생의 카르마(업)가 ‘영혼의 윤회’를 통해 현세의 삶을 직접적으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혼의 윤회설’은 “가난한 사람들과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비참한 상태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현세의 비참을 전생에 쌓은 악업 탓으로 돌리면 현세의 지배자들은 불평등과 부정의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암베드카르는 붓다가 이렇게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영혼의 윤회’를 단호히 부정했다고 말한다. 영혼 같은 것은 없으며, 영혼이 없으므로 윤회도 없고, 따라서 전생도 없고, 전생의 카르마(업)도 없다는 것이다. 있는 것은 이 존재하는 세계 안에서 일어나고 스러지는 인연(인과관계)의 연쇄고리뿐이다. 인과관계가 전생도 내세도 아닌 이 세상의 일이므로 그 인과의 고리를 푸는 것도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된다. 브라만의 교리는 삶의 ‘고’(고통)만 이야기했을 뿐 그것을 여기서 해결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붓다는 인간 자신의 노력으로 그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쳤다. 바른 깨달음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데, 그 깨달음은 인간의 보편적 해방을 지향하는 자비의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붓다가 가르친 삿다르마(정법·正法)라고 이 책은 말한다. 암베드카르는 삿다르마의 실천 행위로써 불가촉 천민 해방 운동에 온몸을 던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