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에 찾아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강렬한 첫사랑의 기억

전 세계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스콧 스펜서의 <끝없는 사랑(Endless Love)>은 첫사랑과 청춘의 열병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이다. 또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연출하고 브룩 쉴즈가 주연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아나 로스가 부른 영화의 주제가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작가는 첫사랑의 환희와 고뇌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데이비드와 제이드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제이드의 개방적인 부모는 딸의 남자친구를 그들의 집에 받아들인다. 참된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제이드와 데이비드는 원시적인 성의 집요한 동물적 본능에 휘말리고, ‘정상적인’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추잡하기 짝이 없는 성행위에도 거침없이 열중한다.
뒤늦게 딸의 상황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려는 서투른 시도로서 그녀의 아버지는 결국 데이비드를 집에서 추방하는 갑작스러운 조처를 취한다. 그러나 이성보다는 육체의 언어에 훨씬 익숙해진 데이비드는 충동적인 욕구를 견디지 못하고, 제이드의 집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작은 음모를 꾸민다. 즉 그녀의 집에 불을 지르고는 그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재빨리 꺼버림으로써 가족의 생명을 구해주는 은인이 되어 제이드와 함께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장난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잿더미로 변한 집에서 겨우 탈출함으로써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 제이드의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그로 인해서 붕괴된 가족은 끝내 회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방화범 데이비드는 재판을 받고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몇 년 후 데이비드와 제이드는 재결합에 성공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다가갈 뿐이다.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제이드와 데이비드의 사랑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사랑처럼 성적인 욕망으로 점철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강렬한 사랑의 회오리는 소설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들은 그런 열정적인 사랑은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라면서 그 사랑에 자신들의 삶을 내맡긴다. 스콧 스펜서는 데이비드를 통해서 그런 치명적이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의 여정을 추적한다. 또한 작가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데이비드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 상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제이드에게 보내는 데이비드의 편지는 그들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너를 사랑할 때 붙은 불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어……과거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지. 그것은 이제 예전처럼 나를 사로잡지 못하고, 손을 뻗어야만 만져볼 수 있다고나 할까. 지금은 밤이고, 나는 혼자이고, 아직도 시간이, 한순간이 더 있어. 나는 너에 대한 나의 끊임없는 사랑이라는 원형의 빛을 몸에 받으며 캄캄한 긴 무대 위에 서 있지……이 고백을, 끝없는 이 맹세를 노래하고 있어.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네가 아니라 세계를, 우리들이 사로잡혀 있는 신비를 포옹하려고 해. 오케스트라도 없고 관객도 없는 한밤중의 극장은 텅 비었고, 세상의 모든 시계는 재깍거리며 돌아가지……나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너를, 너를 보고, 나는 이 모든 좌석 하나하나에서 너를 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