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청미래
 
     
 
 
 
 
 
 
 
 
 
[소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저자 : 안나 가발다 / 역자 : 용경식
발행일 : 2001. 07. 20
가격 : 7,000원
면수 : 224쪽 | ISBN 89-86836-07-6 03860
판형 : 변형판
원저자명 : Anna Gavalda
원서명 : Je voudrais que quelqu'un m'attende quelque part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다 눈길이 마주친 청춘 남녀가 만날 약속을 하고 만나서 온갖 신경전을 벌이며 먹고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결국 휴대폰이 분위기를 깨고 여자는 끝내 남자를 의심하다가 헤어지는 순간에 그녀가 의심하던 바와 같은 건달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셍-제르멩-데-프레의 연인들”)
“아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여자들은 바보다. 그 여자들은 엄청 바보들이다”로 시작되는 “임신”은 임신부의 심리를 사진으로 찍어내듯이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예리하고 시니컬한 시각과 묘사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비싼 자동차, 멋진 별장을 가지고 있지만 할 말이 없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이 남자와 이 여자.” 자기가 원하는 직업도 아니면서 그 직업을 위해서 수년씩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어느 법대 여대생의 비극적 현실. 화창한 봄날 거리의 연인들이 그녀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을 닮았다. ‘나는 사랑을 원해요’라는 광고판을 목에 걸고 벤치에 앉아 있는 소녀. 그리고 그녀의 양쪽 눈가에서 샘물처럼 솟구치는 눈물. 나는 거기에서 나를 본다.”(“오펠 터치”)
한때 인기 있었지만 이제 한물간 서른여덟 살 가수의 고백. 그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사진작가 앙브르가 찍은 사진은 그의 손이었다. “당신에게서 유일하게 망가지지 않은 부분이 바로 당신의 손이라서 손을 테마로 잡았어요.”(“앙브르”)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기를 바라는데……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군에서 휴가나온 나는 마중나올 사람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막연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를 위해서 여자 친구가 마련한 즉석 생일선물은 바로 그녀 자신이다. 그 기발함이란……. 자신의 몸뚱이를 포장지로 싸고 허리에 리본을 매달고 걸어오는 여자 친구.(“휴가”)
소시지 회사의 외무사원인 나는 고속도로에서 진입로를 놓치고 후진을 하다가 대형사고를 냈지만 자신이 그 사고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쳐서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와서야 자기가 후진하던 순간 뒤따라오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며 연쇄충돌사고가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경찰서에 가서 자백하고 싶어하지만 그러면 뭐가 달라지냐고 아내가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그들을 위로할 수 있지”라고 그는 말한다.(“오늘의 진실”)
여자 수의사의 애환과 무용담. 시골 사람들의 폐쇄성과 여자에 대한 편견을 담은 “외과수술용 봉합사.”
티 없이 곱게 자란 혈색 좋은 금발의 젊은이―순수한 화장 비누와 콜게이트 치약, 얇은 순면 반팔 셔츠와 턱의 보조개. 깨끗하다. 정말 우윳빛 새끼 돼지 같다. 그는 이제 곧 스무 살이 된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잘 되지 않는 나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환상이 넘치는 나이. 또한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 그러나 이 혈색 좋은 젊은이는 세상물정을 모른다.(“부잣집 도련님”)
스물여섯 살에 실연당하고 좌절했던 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데 10여 년 만에 옛 애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죽을병에 걸려서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보고 싶다고 하니, 만나야 하나 어쩌나?
“우리는 설치 이후 한 번도 물을 뿜어보지 못한 것 같이 말라버린 분수대 앞에 놓인 칠이 벗겨진 벤치에 앉았다. 모든 것이 추했다. 슬프고 추하고.”(“몇 년 동안”)
공인회계사인 나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을 짝사랑한다. 그녀에게 선물할 속옷을 샀다가 같이 사는 누이들에게 들키면서 일은 급진전된다.(“클릭-클락”)
애써 쓴 작품을 출판사에서 퇴짜 맞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미래의 작가께서는 거리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한 아가씨에게 읽으라고 줘버린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프랑스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아닌가. 작가 데뷔의 길은 험난하다.(“에필로그”)

생-제르맹-데-프레의 연인들

임신

이 남자와 이 여자

오펠 터치

앙브르

휴가

오늘의 진실

외과수술용 봉합사

부잣집 도련님

몇 년 동안

클릭-클락

에필로그

 

역자 후기

안나 가발다(Anna Gavalda)
1970년 불로뉴-비앙쿠르에서 네 자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그녀는 예술가인 어머니와 예술가가 되고 싶어했던 아버지를 둔 덕에, 집에서 많은 책과 음반과 비디오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파리에 있는 몰리에르 고등학교에서 수학한 후 소르본 대학교에서 현대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그녀는 센-에-마른에 살고 있다. 오전에는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고, 낮 시간의 대부분은 두 자녀를 돌보는 일로 보내며, 집안일을 끝낸 늦은 밤에는 글을 쓴다.

 

역자   용경식(龍敬植)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석사학위 취득. 역서로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먼 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배회, 그리고 여러 사건들>, <일반 수사학>, <문 위에 놓아둔 열쇠>, <연인> 외에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