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과거지사가 있다. 그 과거지사가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궁금하지만, 과연 그 보따리를 푸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도 많다.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0대 일러스트레이터 린 섀프턴은 그녀의 첫 그래픽 노블 <그 여자 예뻤어?>에서 사람들의 과거지사를 마음껏 훔쳐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간결한 삽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과거지사에만 머물 수 없는 헤어진 연인들에 대한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 대한 짧은 문장은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은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렇다면 헤어진 연인들의 자리를 차지한 지금의 애인조차도 차마 능가할 수 없는 이들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또 반대로 옛 애인을 능가하는 새 애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호기심과 질투심에 매료된 섀프턴은 자신의 망상 속에 깊이 빠져들었고, 곧이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이에 대해서 걱정과 실수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행동에 관한 한, 대담한 관찰자인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보는 기회를 선사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보았을 때, 그 안에서 우리의 얼굴이 마치 거울에 비친 듯이 우리를 빤히 보고 있다고 해도 절대로 놀라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우리에게 당부한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닌 이 책에서 섀프턴은 우리가 애인의 옛 사랑 앞에서 느끼는 감탄과 불안을 뒤섞어 제조한 기묘한 맛의 칵테일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린 섀프턴(Leanne Shapton)은 화가이며 삽화가이며 아트디렉터이며 작가로, 토론토에서 태어나 지금은 뉴욕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뉴욕 타임스>, <하퍼스 매거진>, <뉴요커>, <제인>, <세븐틴>, <새터데이 나이트>, <맥클린스> 등의 매체에 기고해왔다. 그녀는 새로운 형태의 그림과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영리 출판사인 J & L 북스의 설립자들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그녀의 첫 화집 <토론토(Toronto)>는 2003년에 출간되었다.

박중서는 출판기획 및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해바라기>,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슈퍼내추럴:고대의 현자를 찾아서>, <소방관 도니가 10년 만에 깨어난 날>, <거의 모든 스파이의 역사>, <런던 자연사 박물관>, <언제나 마음은 태양> 등이 있다.